2011시즌 종료 후 세팅 점검을 제외하면 레이스카는 그냥 주차장에 보관만 되는 상황이라 거의 6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레이스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선두권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 딱히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차에 적응하고 서킷에서 열심히 달려야 한다는 것은 즐겁기도 하지만 부담 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특히 F1 풀 코스라는 특별한 코스에서 2012 첫 경기가 있어서 더욱 기대도 크고 부담도 컸었습니다.
회사에서 경기를 위해 일정을 배려해주어서 조금 일찍 경기장에서 최종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일찍 가서 미리 서킷에 대한 정보도 얻고 노면 상태와 타이어 변화에 대해서 미리 파악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첫날부터 브레이크 적응을 위해서 풀 브레이킹 구간에서 조금 느낌을 점검하면서 바로 로터가 휘어 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결국 브레이킹 포인트에 대한 연습을 하지 못하기 되어 F1 코스 연습으로 대체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제 포르테 쿱에 적응하는 것에 최선을 다 했습니다.
브레이크 문제로 평소 제차 메인터넌스를 봐주는 '찬스레이싱'에 전화해서 긴급 도움을 요청하니 급하게 공구를 챙겨서 경기 전 날에는 내려온다고 해줘서 그래도 한시름 놓고 연습을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영암 F1 코스를 걸어 보았는데,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더 걸어보고 싶더군요. 아직 생각하고 분석적으로 다가 가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짧게 한 바퀴만 걸어본 것이 아쉽더군요. 다음에 언제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걸어보고 싶네요.
딱! 운동하기 좋은 거리니까 한 2바퀴만 돌면 안 될까요? ^^
둘째 날 연습은 여전히 불안한 브레이크를 가지고 새롭게 생각한 주행 방법을 시험해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 기록을 줄이기 좋았고 마음에 들더군요. 물론 전체 코스를 레이스 페이스로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랩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였습니다.
상설코스와 다르게 풀 코스는 직선구간이 길고 특히 풀 브레이킹 상황에서 차체를 컨트롤 하면서 탈출하는 구간이 많아서 앞바퀴에 가해지는 부담이 많이 큰 것이 특징입니다. 거기다가 쉴 틈 없이 시케인(연속코너)를 달려야 하므로 타이어 관리가 결국은 승패를 좌우할 정도이니 말이죠. 특히나 기존 제가 느끼고 있던 제 포르테 쿱이 아니라 핸디캡웨이트 30kg이 올라간 상태이기 때문에 특성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으니 전혀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참 난감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그깟 30kg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연습에 몰입!
그런데 잠깐! 핸디캡웨이트이가 어떤 효과를 낼까요?
핸디캡웨이트가 올라가면 왜? 레이스에서 불리한지 간단하게 정리하면, 경기에서 서로 다른 차로 최저 중량에 맞게 제작하여 경쟁하면 엔진 출력이 조금 높고 낮고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뭐 반드시 엔진 출력이 좋다고 우승하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엔진 출력과 무게와 같은 부분이 유리하면 할 수록 당연히 레이스에서 우위에 있게 됩니다. 코너링 스피드는 낮더라도 출력이 좋으면 가속에서 유리하니 느린 코너링을 만회할 수도 있고 가벼우면 느린 가속을 코너링에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출력이 좋은 차에게는 핸디캡웨이트를 출력이 낮은 차에게는 경량화를 시키면 전체 랩타임에서는 또 비슷비슷해지는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변수는 생략하고 말이죠.)
그런데 원메이크 경기에서 핸디캡웨이트는 생각보다 치명적입니다. 출력이 더 좋고 말고 할 것도 없고 타이어와 쇼버 세팅까지도 거의 비슷해서 사람의 몸무게와 차량의 무게가 불리함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30kg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분석하면 생각보다 엄청난 무게더군요. 보통 300마력급 차량에 핸디캡웨이트로 50kg을 올리는데, 우리 포르테 쿱은 150마력급 머신에 30kg을 올리는 것이니 실제로는 300마력급 차에 60kg을 올리는 것과 같더군요.;;; 타이어도 한국타이어 RS-3가 가진 성능보다 한국타이어 F200(슬릭 타이어)는 꽤 많은 그립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상당히 불리한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핸디캡웨이트는 코너링 스피드를 낮추고 가속 성능은 떨어지게 하고 타이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요소로 차량에 따라서는 작은 무게도 엄청난 차이를 낼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죠. 출력이 작고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머신일 수록 그 영향은 크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경기를 보니 N9000 타이어보다 RS-3가 확실히 성능이 좋긴 하더군요. 만약 세팅이 같다면 조금 더 차이 날 것 같습니다. 아마 현재 국내에서 타이어는 한국타이어가 가장 좋지 않나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고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을 만큼 좋다고 판단됩니다. 타이어가 부족해! 이런 느낌보다는 그냥 슬릭타이어를 한번 써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죠. RS-3 타이어의 특성은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대별로 노면 상태를 파악할 겸 주행연습 일정을 조절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핸디캡웨이트를 달고 나서 타이어 그립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더욱 부담감이 커지더군요. 자동차 레이스라는 것이 모든 변수에 대한 대응전략을 가지고 가야지 되기 때문에 정말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어떻게든 타이어 부담을 줄이면서 빠르게 달릴 방법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보기에는 그냥 신 나게 달린는 것 같지만, 고민에 빠져서 달리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기를 앞두고 차량 트러블이 생기는 것도 용납이 되지 않고 거기다가 경기중 전투력이 떨어지도록 달리는 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죠. 항상 열심히 달린다고 반드시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나 여기서 저는 실수를 한번 했습니다. 미리 타이어 시뮬레이션을 해봤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던 것이 나중에 화근이 되었죠. 원래 핸디캡웨이트가 없어도 한국타이어 RS-3타이어로 F1 풀 서킷을 돌면 타이어가 후반에는 전혀 그립을 잡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조금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죠.
원래 일주일 전부터 날씨를 체크할 때는 웨트(비)상황이 발생할 것 같아서 오히려 한 시름 놓고 있었는데, 드라이 레이스로 바뀌면서 더 마음이 복잡한 것은 사실입니다. 경험하지 않는 조건의 조합이니...(정말 브레이크 패드는 어떻게 2011년 마지막 경기 제품 수준으로 바뀌었면 좋겠군요.) 핸디캡웨이트 30kg과 변경된 브레이크 패드 그리고 규정이 바뀌면서 생긴 타이어 변화에 대해서 모두 대응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머릿속으로 생각해야 해서 조금은 심란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
19~20일 사이의 일은 다음 포스팅에서 ^^
피트 사용을 허락해주고 연습주행에 도움을 준 슈퍼스포츠 김범훈 선수와
슈퍼스포츠팀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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