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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oon's/Garage

KSF 3전 후기 : 많이 배울 기회...

3전을 준비하면서 여러모로 체력적인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특히나 회사 일이 많아지면서 컨디션 조절은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보통은 결기 전날 일찍 경기장으로 가서 미리 차량 세팅 점검과 주행 분석을 하면서 고쳐야 할 부분을 다시 생각하고 그래야 하는데, 급한 일로 결국 금요일 저녁 늦게 태백 레이싱 파크에 도착...일단 대충 자고....

토요일 아침 연습부터 무리하지 않으려고 바뀐 날씨에 차량 움직임을 점검하기 위해서 VDC를 컨 상태로 설렁설렁 움직이면서 주행을 시작, 특히나 리어 휠을 KMSA 휠로 바뀌면서 주행 특성이 바뀌는 부분을 점검할 겸 가벼운 주행을 하면서 차량 상태를 점검했다. 약간의 간섭이 느껴져서 점검하니 안쪽 더스티커버가 간섭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다. 일단 그냥 무시하고 연습으로 갈아내 버리자는 생각에 가볍게 계속 주행을 하면서 전반적인 주행 라인을 점검하면서 페이스 조절을 시작했었다.

50바퀴 레이스에서 무리한 연습으로 차가 망가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토요일 마지막 타임에는 어택을 살짝 해보았는데, 3전을 대비해서 세팅을 바꾼 것이 만족스럽게 생각될 만큼 움직임이 좋았다. 

결승 당일 무리하게 예선을 치르겠다는 생각보다는 50랩에서 선두권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자는 생각으로 랩을 돌았는데, 생각보다 랩타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마지막 한 번 더 마음을 다듬고 나름 깔끔하게 돌았다는 생각이 드는 랩에서 연료 컷이 걸려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런....연료 컷이 오다니...연료 컷!! 아...

보통 4 그리드 정도면 괜찮은 위치이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순위였는데...이상하게 그날 따라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를 준비하는 중간 시간에 서킷 사파리 타임에 서킷 사파리 버스에 올라 사람들에게 주절주절 떠들면서 예선의 아쉬움을 결승전에서 잘하면 그래도 더 앞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경기와 서킷 설명도 하고 재미난 경기를 보시면서 오늘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우리 경기에 참여해보라는 메시지도 전달 했는데...많이 올까? 많이 왔으면 좋겠다.

결승전에 앞서 그리드 이벤트에서 버스에서 만났던 분들이 오셔서 사진도 찍고 경기를 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셔서 무지 감사했는데...결승전 결과는 리타이어...

지금까지 경기에서 리타이어나 차량 손상으로 억지로 완주하는 정도의 일은 없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경기는 차량이 부서지고 사고 나는 것보다 아름답게 추월하고 매너 있는 경기로 관객이나 선수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경기가 되기를 상당히 희망하는 편이다. 아마도 그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지금까지 온 것인지도 모른다. 

롤링 스타트로 결승전을 시작하면서 역시나 레이스 경험이 풍부한 포르테 쿱 58번 류재인 선수의 차가 점점 앞으로 온다. 어떻게 하다 보니 3위인 포르테 쿱 7번 박동섭 선수 앞으로 자리 잡았다. 1코너를 돌고 바로 3위... 보통은 자리싸움이 3코너와 4코너까지 이어져야지 정상이지만 조심스럽게 스타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선두로 나선 포르테 쿱 77번 문성진 선수와 포르테 쿱 79번 허태웅 선수가 앞에 있었는데, 다들 조심스러운 주행을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몇 랩을 계속 돌면서 이번 경기는 다들 매너 플레이로 가장 멋진 경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선두에서 페이스를 늦춰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기회는 이때다가 아니라 오히려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스타트에서 자리가 뒤로 간 박동섭 선수가 뒤에서 강하게 조여오면서도 매너 있는 주행을 하는 상황이어서 잠시 페이스를 늦추고 후반을 노려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점점 많이 보이는 아반떼 후미와 만나면서 직감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이걸 보고 경쟁하던 박동섭 선수도 직감하고 나도 직감한 상태라 무리한 주행을 포기하고 안정으로 1코너를 마무리할 생각을 같이하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프로시드 차량이 인으로 공략을 해오면서 압박을 주었지만, 안쪽 공략을 살짝 빼는 느낌을 받았고 아웃에 박동섭 선수와 인으로 온 프로시스 차량의 길을 주고도 내가 미들로 안정적으로 돌 수 있도록 라인을 잡고 탈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 아무 일이 없었다면 박동섭 선수 - 나 - 프로시드 이런 순서로 탈출 후 이루어질 모양이었을 것이다. (뭐 어떤 순위가 되었든...)

순간 뭔가 빠르게 들어오는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내 차의 앞머리를 가격해 버린다. 그리고는 내 차는 붕 뜬 상태로 박동섭 선수의 차량의 후미를 다시 받게 되고 양쪽으로 그냥 받혀버린 꼴이 된다. 팀 무전으로 내 리타이어를 알리는 무전을 들으면서 속으로 '나는 리타이어 하지 않는다!' 조향만 된다면 갈 수 있어! 이러면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차량이 말을 듣지 않는다. 다시 침착하게 탈출해보려 했지만 안된다. 좌절이다. 

이후 사고 경황을 들어보니 후미권 아반떼 MD가 포르테 쿱 15번 전우석 선수 차량 앞으로 들어오면서 이 상황을 피하면서 버지로...그리고는 브레이크가 안 듣고 그대로 꽝...아마도 15번 선수도 마음대로 차를 제어할 수 없어서 당황하셨던 것 같다.


그래도 차에서 내리기 전 상태 체크를 위해서 각종 센서 상태를 파악했는데, 공조기 버튼 쪽이 고장 났고 나머지는 괜찮은 것 같았다. 대신에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차대가 심하게 다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너무 화가 났다. 그냥 조금 찌그러지고 그러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차대가 손상 가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일이다. 몇 달이 걸리더라도 차대를 정상적으로 잡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내가 차를 관리하는 스타일이다. 2011년 경기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차량 세팅에 신경 쓰고 더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가...그리고 재미나게 선두 경쟁을 해보고 싶다는 내 소망은...순위를 떠나서 이런 모든 것이 나를 억누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전으로 '미안해...'라고 말해야 하는 그 기분...

나를 응원해주는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들 동료 그리고 관객들까지...누구보다도 재미난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고...무사히 완주해서 체커기를 받고 싶었다. 사실 사고 당시 내 차가 공중 부양해서 자동차 뒤쪽을 추돌당한 박동섭 선수도 가족들이 보고 있는 경기에 무사히 완주하고 싶은 생각이 얼마나 컸을지...

챌린지 클래스도 프로 경기같이 생각하면 자동차 세팅을 한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무사고 완주하고 거기다가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조심하면서 멋진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것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같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비비고 박고 하는 것이 멋진 경기가 아니라 매너 있게 서로 피할 때는 피하고 앞에 문제가 생겨 페이스를 낮춰서 가야 하면 서로 배려해서 가는 것이 진짜 멋진 경기 아니겠나...사실 선수권 선수들이 정말 근소한 차이로 붙어서 달릴 수 있었던 것도 다들 서로 배려하면서 다녔기 때문이다. 그저 앞으로만 가려고 했다면 이미 선두에서 박 터지는 사고가 있었을 것이고 특히나 후미권 아반떼 MD 차들도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사고도 실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결승전의 그 몇 바퀴는 당분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열을 올리면서 선두권 경쟁을 하는 것 같았지만, 그때 선두권 선수들은 다들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서로 믿고 달렸다고 생각한다. 앞에 백마커가 나타면 서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주행하고 같이 신 나게 달릴 수 있을 때 또 신 나게 달리고 정말 오랜만에 느낀 즐거움이었다. 

사고 후 아마추어니까 라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라도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내가 그렇게 아끼는 자동차가 부서지고 즐겁게 달릴 기회마저 없어졌다는 것은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다. 

프로 선수들은 스폰서의 든든한 지원에 차가 부서져도 부담 가지 않겠다 싶겠지만, 사실은 반대가 아닐까? 내 돈이 아니라 나를 믿고 후원하는 사람들의 돈이 나가는 것이고 내가 잘 달리기 위해서 완벽한 세팅을 위해서 노력한 미케닉의 땀방울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다.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고 그게 내 차가 아니라 다른 선수 차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만큼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챌린지 선수는 자비로 경기에 참가하는데 내 돈이니 내 마음이지 아니라 나 하나의 실수로 다른 사람의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매너 있는 주행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같을 것이다. 

물론 챌린지 경기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사고는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내도록 계속되는 경쟁을 보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것이 더 관객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사고가 생기면 선수들 개인에게는 엄청난 손해가 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더 매너 있는 경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레이스를 오래 하신 분들 이야기를 보면 그게 경기냐? 몸싸움이지 서로 비비고 퉁퉁거리는 것도 정도 것이지 사고처럼 밀어버리는 것이 어떻게 그게 실력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경기에서 기회를 노리고 앞서 가기 위해서는 항상 때와 장소가 중요하다.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가까워지면 그냥 들이밀고 앞에 가겠다고 아웅다웅 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경합을 벌이더라도 매너 있게 서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진정 멋진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냥 한번 펑~해버리는 것보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아마추어니까 괜찮다.'가 아니라 아마추어니까 프로를 보고 더 배우려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내 차가 부서진 것을 보고 이제 경기 뛰지 말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는데...
어떻게든 차가 잘 고쳐지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멋진 마무리를 만들어 보자!




2011.10.18 오전 10시경 포르테 쿱 15번 선수분과 통화가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들은 후 든 생각은 저도 화가 나서 이야기한 것이 너무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를 통화하면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위에 글은 경기 직후 작성된 글에서 통화 중 나온 내용을 더 첨부합니다.

사고 후 더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부분인데,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싶네요.

4전에서 차 수리 잘해서 서로 좋은 모습으로 보자고 통화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통화로 이야기를 전달해 드렸지만, 또 공개적으로 사과 드립니다. 제가 화가 나서 조금 격하게 표현한 것이 있습니다. 본심이 아니신데, 오해가 깊어지니 제 표현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P.S : 모든 사진은 '독설가.컴'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