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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oon's/Diary

베트남, 격리소에 아이와 같이 간다면?

3월 4일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베트남 격리소에도 어느정도 편의 시설이 되어있어 아이와 같이 있더라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검역관이 했었다. 하지만 실제 사진은 그것보다 훨씬 열악하다. 호치민 공항이 아닌 껀터 공항으로 착륙한 분들은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군대를 갔다온 남자들은 이정도 생활을 2주정도 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아니 그렇게 힘들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다른 환경이다.

특히나 어두운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환경을 불안해 하는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어쩌면 누구는 나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분은 자기 아이라고 생각해봐라. 그러면 생각이 달라진다.

수용소는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조금 어려운 환경이다. 그리고 특히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챙겨야할 것이 많기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 매일 같이 빨래를 해야하고 좁은 샤워 부스에서 차가운 물로 아이를 씻겨야 한다. 그리고 화장실은 아이들이 혼자가기엔 조금 두려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 참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우리 아이도 여전히 화장실가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여러번 내가 빨래를 해야하는 일이 있었다.

그나마 미리 이런 환경에 노출될 것을 이야기해서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고 잘 버텨주어서 고마울 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누가 베트남 군대 시설에서 캠핑을 해보겠나? 우리 아이는 지금도 격리소를 캠핑장으로 알고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러번 나가겠다고 시도했고 설득 시킨다고 너무 힘들었다. 나조차도 격리소라는 생각보다는 아이와 같이하는 군인 체험이라 생각하고 생활하고 있다. 그나마 시간도 잘가고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와 같이 온다면? 

 

시설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어머니와 아이가 같이오는 것보다 아빠와 아이가 같이오는 것을 나는 추천한다. 아빠들은 이런 환경에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 들이지만 어머니의 경우 외부 환경이 매우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와야 한다면, 행운을 빈다. 좋은 수용소에 배정되기를...

 

수용소 생황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한국 영사관, 그리고 한인회 분들...

 

내가 격리소에 들어오기 전부터 한인회 분들이 한분한분 챙기기 위해서 매일 같이 격리소를 방문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라면, 김치, 간식거리 등 정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제공해주고 있다. 거의 한 달째 생업을 포기하고 한국 분들을 위해서 도움을 주고 있는 그분들이 있어서 격리소 생황이 한결 쾌적해졌다.

 

위험하거나 긴급한 상황일 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각종 이야기를 듣고 처리해야하는 고충을 격고 있는 영사관 분들에게도 너무나 감사하다. 

 

나는 꽤 오래 해외 생활을 했고 한인회와 영사관 또는 대사관에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었다. 결론적으로는 오랜 해외생활 중 이렇게까지 영사님들과 한인회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베트남, 특히 내가 도움을 받은 호치민 영사관 관계자분들과 한인회에게 이번 일로 정말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