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goon's/Diary

돌아 돌아 다시 한국가? - 베트남 격리소 일기 (2)

나는 비행기 발권이라면 이제는 나름 노하우가 생겨 여유 있게 한국 - 방콕 - 호치민 경유 티켓를 구했다. 물론 딸아이 이름과 성을 내 이름으로 그리고 남자로 표시한 것은 자랑은 아니다. ;;; 어차피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돈은 동일하게 나가고 여러 사람이 타는 좌석보다는 사람 숫자라도 적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안전하겠다 싶어 에어아시아 플렛배드 티켓을 끊었다. 하지만 체험해보니 돈이 조금 아깝다. 게다가 돌아 돌아 한국에 들어갈까 고민을 하던 시기다.

어디를 가나 아이가 안심하고 뛰어놀 곳은 모두 닫혀있다.

통일된 베트남 입국 정책은 없는 것일까?

 

표를 구하고 계속 베트남 입국 현황을 확인해보니 총 3가지로 나뉘었다.

1. 무사 입국 통과 - 너에게 격리 14일 면제하노라...조상이 도운 상황?

2. 자가 격리 - 격리 14일 면제는 안 되지만 집에서 나오지 마라...

3. 격리소 14일 - 그냥 가라~ 격리소!

 

그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채널을 통해 시설 격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제3국(청정지역 : 임의로 사람들이 명칭 함, 베트남이 입국 제한하지 않은 국가를 칭한다.)에서 14일 체류하고 입국시 베트남 시설 격리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17일 24:00까지 유효했다.)

에어아시아 경유 티켓을 사면 짐도 알아서 옮겨줘서 편하다.

일단 가서 판단하고 해결하자!

 

일단 아이와 인천 - 방콕 - 호치민 경유 에어아시아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누워갈 수 있는 저가 항공의 비즈니스 좌석을 잔뜩 기대했으나...거의 누워서 갈 수 있고 쿠션과 담요 그리고 식사 제공을 제외하면 홈페이지에 안내하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과 엔포테인먼트는 눈뜨고 찾아볼 수 없었다. 와....나쁜 것들 없으면 솔직하게 말하지...아이에게 긴장 풀라고 자랑까지 했는데, 거짓말쟁이가 됐다. 그리고 에어아시아 고객센터는 영어를 잘해도 통화도 안 되고 채팅 서비스도 낙제점이다. 비추한다.

 

그리고 라운지도 쓸 수 있다 해서 체크인 카운터에서 물어보니 인천 공항은 없다고 한다. 여러분도 정말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나처럼 실망할 것 같다. 누워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추천....그리고 방콕에서 호치민은 플랫배드가 없다.

 

방콕 공항에서는 입국 절차 강화를 위해 한국인과 중국인은 다른 버스에 태워 정밀 체온 검사를 추가 진행했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입국에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공항에서 3시간 정도 기다리면서 아이와 음료수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혹시 호치민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물품을 방콕 공항에서 샀다. 보조배터리와 팬 그리고 아이가 혹시 울거나 힘들 때 달래줄 수 있는 음식과 장난감 등이다.

 

우리는 곧 호치민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콩콩아 나중에 만나자...

<에피소드> 콩콩이 어디 갔지? 

 

첫째 아이는 베트남에서 동생을 본다고 기분이 좋아 어릴 때 엄마가 사준 콩콩이 인형을 계속 안고 다녀다. 또 다른 동생이라며 가는 곳마다 가지고 다니고 구경하라고 가방 위에 올려주거나 혼자서 인형과 대화도 하면서 스스로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히 방콕 돈므엄 공항까지 인형이 있었는데 갑자기 인형이 없어젔다고 한다. 그것도 호치민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말이다.

 

<아이> "어...콩콩이 어디있지? 아빠 콩콩이가 없어요."

 

순간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이가 계속 애착을 가지고 같이 다니던 인형이 없어졌으니 호치민 공항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거나 격리소에 간다면 아이가 힘들어 할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콩콩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아이에게 물었다.

 

<나> "혹시 어디서 없어진 지  알겠니?"

 

<아이> "음......화장실인가?"

 

아이가 화장실이라는 이야기를 하자 순간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아이와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가면서 아이가 뒤쪽 선반에 콩콩이를 올려두던 것이 생각난 것이다. 어휴....

 

나도 모르게 순간 조금 화가 났다. 물건을 챙겨줘야 할 사람은 난데, 아이가 잊어버려서 다시 콩콩이를 볼 수 없다고 아이에게 물건을 소중히 하라고 조금 다그쳤다. 아이는 이내 눈물을 터트렸다. 순간 아차 싶었다. 호치민에 무사하게 입성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아이의 슬픈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것이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아마 콩콩이가 방콕 여행을 가고 싶었나봐...우리가 베트남 가서 엄마 만나고 있으면, 콩콩이가 곧 베트남에 와서 인사할 거야..." 라고 이야기하니 아이는 이 이야기를 믿고 "그럼 언제 와...내가 베트남에 있으면 콩콩이가 올 거래?" 이러면서 질문을 이어 갔다. 다행히 콩콩이가 방콕 여행하고 다시 보러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울을 그치고 콩콩이보고 방콕 여행을 잘하고 보자고 손을 흔들어 준다.

 

이렇게 또 한고비 넘겼다...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나중에 사야지...

이제는 한국에서 콩콩이 인형 주문할 일만 남았다...ㅎㅎ

 

"당신은 격리소에 갑니다. 다른 선택권은 없습니다!"

 

호치민 공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잠을 부족 우리는 비행기에서 이륙과 동시에 추면 착륙과 동시에 기상을 했다. 아이가 "벌써 왔어요?"라고 할 정도로 둘 다 정신이 없었다. 일단 호치민 공항에서 입국 수속 데스크로 이동은 전혀 한국인도 없었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너무 조용해서 더 긴장될 정도였다.

조마조마한 내 마음 같은 손 떨림...ㅎㅎ

입국과 관련된 어떤 안내도 없었다. 하지만 검색을 통해 본 것은 있어서 건강검역 구역으로 가서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때 그 사람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런 표정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오는 모든 직항노선을 차단한 상태여서 한국인이 호치민 공항을 밟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격리 또는 다시 돌아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 보균자들의(?) 임시 격리 장소

안내에 따라서 침착하게 검역설문지를 작성하고 그들이 하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에게 어떠한 옵션도 없이 여권과 티켓 그리고 거주증을 받아서 무엇인가 열심히 처리하고 있었다. 어차피 되든 안 되든 말이나 해보자 하고 자가격리를 부탁해 봤다. 그들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고려해볼께...라는 답이었으나 뭔가 석연치 않았다.

 

한 2시간 기다렸을까? 다시 검역관에게 질문했다. 이게 격리소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에 부합해야 격리소를 가지 않는지 등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들을 수 있는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어디로 가? 했더니..."격리소!" 라는 강렬한 한마디를 날렸다.

 

1. 14일 다른 곳에 있다가 오면 정상 입국 되나? "가능하다. 단 네가 열이나 감기 증상이 없다면..."

2. 격리소나 수용소는 내가 선택 못 하나? "No!"

3. 그럼 내가 지금 제3국으로 다시 나가면 안 돼? "No! 너는 그냥 가야 해!"

4. 왜? 나 아직 공항에 있는데 나가면 되잖아... "No! 너는 그냥 격리소가...다른 옵션은 없어..."

 

너무 강경한 반응에 긴장되었다. 아이는 이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겁을 잔뜩 먹고 격리소에 가기 싫다고 한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더욱 아이가 겁이 났을지도 모른다. 왜 아저씨가 우리 못 가게 하냐고 나에게 물어볼 뿐이다.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만 아이 머릿속에는 '엄마가 보고 싶어!', '격리소는 안가!' 라는 생각이 가득해서 다른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임시 격리 구역에 도착하면 빵과, 우유, 물, 소세지 등 간식 거리를 준다.

나는 다른 옵션 없어 너는 격리소야! 라는 이야기에 살짝 화가 났다. 그리고 아이가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잔뜩 겁먹어 가기 싫어하는 것도 매우 기분 나쁜 일이었다. 그래서 14일간 방콕으로 가서 지내다가 오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대한민국 영사관의 힘!

 

일단 결심은 했는데, 여권도 받아야 하고 이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한 격리소 입소 프로세스 중단해야 했다. 몇 번 담당자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안 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뿐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상황을 와이프와 공유하고 베트남 총영사관 호치민 담당 영사님과 연락을 하게 되었다. 영사님의 조언은 '절대로 공항을 나가지 말고 공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격리소에 가면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공항에 있으라...안되면 억지로라도 버티라'고 했다...그리고 안되면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게 연결하라 했다.

 

이말을 듣고 다시 3번 정중하게 부탁했다.

 

"우리 영사관에서는 문제없이 다시 나가도 된다 했다. 너희 전체 관리자와 이야기하고 나에게 이야기해 달라"

 

이렇게 3번 이야기하니 갑자기 프로세스 진행된다. 단호하게 '너님 격리소!'라고 하던 검역관들도 갑자기 자세가 부드러워진다. 이게 대한민국이구나 싶었다. 통화도 하지 않고 그냥 우리나라 영사가 가능하다 했다. 라는 말 한마디의 힘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이번 베트남 한국인 입국 절차 강화로 베트남 영사님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3월 30일 지금도 교민들을 챙기느라 밤잠도 제대로 못 자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있었던 해외 영사관, 대사관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튼 일이 진행되고 전체적인 입출국 관리를 하는 담당자가 와서 친절하게 언제 어떤 비행기로 가야 하니 표를 준비해서 알려달라 했다. 그리고 언제 다시 오면 정상 입국이 가능한지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당부사항도 알려주었다. '열이나 감기가 안 걸리게 조심해라 특히 코로나는 안된다. 그리고 지금은 당신의 선택으로 태국에서 14일 체류하고 호치민에 오시면 입국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매일 정책이 바뀌기 때문에 그때 진짜 입국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말을 남겼다.

 

이 절차가 진행되기까지 나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지 고민을 계속했다. 그냥 내 생일에 비행기 여행을 제대로 하다고 하고 말이다. 그렇다 내 생일 3월 4일에 나는 호치민 와서 격리소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제3국 또는 한국으로 갈 것인지 고민했었다.

 

결론은 방콕으로 가서 14일 체류하고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베트남에 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공항에서 거의 10시간을 있었다. 그사이 영어 못하는 중국인들 통역을 도와주고 아이가 힘들지 않게 놀아주면서도 안전하게 아이가 보호될 수 있게 노력했다. 10시간 동안 200미리 손 소독제를 다 쓸 정도로 말이다.

임시 격리 구역은 저기 멀리까지 마련돼 있었다. 긴급하면 바로 하나 더 만든다.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 보균자라고 조금 무섭게 대한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내가 대기하고 있던 장소 옆에 일본에 확진자를 태우고 비행한 승무원과 기장들이 있었고 그 확진자가 탑승한 비행를 타고 온 승객들이 모두 내 뒤에서 검역 설문과 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50cm 거리에서 말이다. 기사를 통해서 알아서 망정이지 그 당시에 알았다면 다른 곳으로 이동 시켜 달라고 난리를 쳤을지도 모른다.

 

한국 공항은 사람이 없어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에 노출되기 쉬운 가장 최적의 장소는 바로 공항과 비행기라는 것은 경험으로 알게되었다.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2020/03/30 - [HOME] - 코로나19(COVID-19)의 직격탄은 내가? - 베트남 격리소 일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