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베트남에 도착했다. 분위도 지난 3월 4일에 방문 때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체계가 더 잘 잡힌 느낌이다.
당신은 14일 격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전과 같이 베트남 입국 전 건강을 먼저 체크한다. 내가 14일 동안 방콕에 있는 동안 베트남은 온라인 문진표를 만들었고 모든 입국자는 휴대폰으로 문진표를 작성해 QR 또는 고유의 ID 번호를 보여주도록 바뀌어 있었다. 문진표를 제출하고 나면 예외 없이 격리 통보를 준다. 이미 3월 4일에 왔었기 때문에 담당자가 이미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되든 안 되든 격리 정책 변경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통과를 부탁해본다.
"나는 당신을 기억한다. 하지만 정책이 바뀌었다. 태국도 14일 격리 조치에 포함되었다. 미안하다."
꽝! 하고 격리 도장을 찍어준다.
일단 다시 딸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 줬다.
<나> 아저씨가 바로 엄마 못 보고 캠핑하고 나야 엄마를 볼 수 있대...괜찮아?
<아이> 끄덕끄덕....
<나> 조금 오래 캠핑하고 와야 하는대 진짜 괜찮아? 지금이라도 한국에 가고 싶으면 이야기해도 괜찮아...
한국갈 수 있어...
<아이> 베트남에 갈꺼예요! 베트남!
아이는 이미 격리라는 단어를 모를 뿐이지 엄마를 바로 못 본다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캠핑장에 가면 마음대로 나오지 못한다고 했는데도 가겠다고 한다. 나는 아이 손을 꼭 잡고 격리소행 종이를 받아 들고 베트남 입국 수속을 마쳤다.
입국 수속을 하고 나면 짐을 찾고 여권과 격리소행 티켓을 버스 탑승을 관리하는 담당자에게 제출한다. 그리고 약 7시간을 기다린 다음 우리는 격리소에 가는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사이 와이프는 아이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계속 우리가 버스 탑승하는 곳에 머물러 있었고 아이도 엄마를 보고 손을 흔들면서 "엄마 캠핑 갔다가 엄마 보러 갈께..."라고 이야기하면서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앉아 있었다.
입국 도장을 받는 것은 격리소에 가겠다는 동의이고 이때부터는 영사관에서 도움을 줄 수 없다. 목적지도 어떤 환경인지도 모르고 가는 것이다. 그저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멈춰선 격리소행 버스...
모두 버스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다들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당연하다. 다들 서로 말하는 것 조차 조심스럽고 혹시나 물건이나 몸이 닫기라도 한다면 미안하다고 서로 난리다. 안타까운 것은 모두 베트남어로 안내해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서 눈치껏 옆에 앉은 영어 할 줄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게 되었고 다들 비슷한 생각과 걱정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들 문제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버스에서 화기애애해졌다. 버스는 우리가 살는 2군 쪽을 향했다. 혹시나 우리 집과 가까이 격리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2군이면 그나마 집과 가깝고 와이프도 쉽게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수 있으니 매우 편하다. 잘 됐다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앉아서 옆에 사람들과 각자 다녀온 나라의 정보를 물어본다. 아마도 서로 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으니 네 정보를 알아보고 위험한지 안 한지 알아보는 일종의 확인 절차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긴장과 궁금함이 묻어나는 대화가 오갔다.
그런데, 그때 버스의 엔진이 멈춘다. 나는 일부러 엔진을 끄는 스탑엔고(Stop&Go) 같은 시스템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계속 버스 기사가 시동을 걸기 위해서 크랭킹을 하고 있다. 일단 연료가 엔진으로 공급 안거나 압축이 안 나오는 느낌인데, 완전히 차가 고장나 서버렸다. 여전히 크랭킹은 되고 있고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위험한(?) 사람이므로 시동이 꺼진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10분 정도 대기했다. 버스 기사가 급하게 전화로 '시동이 안 걸린다. 고장 났다. 다른 버스를 보내라!' 라고 다급하게 전화를 한다. 그 상황에 다들 한마디씩 거든다. 그냥 "우리 집에 보내줘 집에서 격리할게, 더워서 안 되겠다. 내려줘!!" 등등 다들 격리소를 향하는 길에 여유가 넘친다.
아마 내가 말이 통했다면 더 여유가 넘쳤을 지도 모른다. 아이가 계속 왜 차가 멈췄어요? 에어컨이 안나와요. 더워요. 등등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나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들어줬다. 약 10분 정도 지났을때, 새로운 차가 와서 갈아타고 다시 격리소에 향했다.
차는 점점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워지더니 다시 방향을 틀어 조금 더 북쪽으로 이동했다. 빈증이라는 곳이다. 호치민 주변 공단 지대로 많은 한국 공장이 이곳에 있다. 다른 일로 몇번 지나 다녀봤었기 때문에 익숙한 길이 눈 앞에 보인다. 그리고 잠시후 군부대 같은 어떤 곳에 차가 멈췄다. 가축관련 유행병이 있을때 국도에서 만날 수 있는 차량을 소독하는 것처럼 차를 소독했다.
눈치와 되던 안 되던 요청 밖에 없다!!
말은 못알아 들으니 사람들이 우루르 내리면 같이 내리고 이동하면 같이 이동하면 된다. 아이는 이미 버스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어제 새벽에 출발해 많이 피곤했나보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어깨에 가방을 매고 아이 짐을 양손에 들고 팔로 아이를 안고 내렸다. 아무래도 아이를 안고 있으니 순서를 빠르게 해주긴 하지만 도무지 뭐라는지 알아 들을 수 없다.
시설을 확인해보니 모두 다인실이고 8~10명 정도 한방에서 같이 사용하는 상황이다. 여기 소대장 같은 분에게 요청해 공간을 이동했으나, 계속 사람들이 밀려 들어온다. 그리고 나름 영어나 중국어를 하는 사람들이 와서 요청 사항을 물어보는데, 나도 그들의 영어나 중국어를 못알아 듣고 그들은 내가 쓰는 말을 못알아 듣는다. 알고보니 그냥 조금 할줄 아는데 엄청 잘한다고 와서 이야기하고 나에게 말을 걸로 온것이었다. 어휴...제발요...
일단 아이와 넓게 쓰는거 불가능하니 눈치 것 가장 쾌적한 방으로 옮겨 옮겨 10명 침상에 8명이 들어가는 방 크기도 넓고 인구 밀도도 다른 곳보다 낮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분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대행히 우리 방에는 외국인 2명이 더 있었고 영어를 잘하는 3명의 베트남 분들이 있어서 지내기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곳은 공용 화장실, 공용 세면장, 공용사워장 프라빗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아이에게 캠핑장이 어떤 곳인지 이야기를 지어서 미리 이야기해서 다행히 무엇이든 거부하지 않는다. 일단 수긍하고 해겠다고 해서 기특했다. 먼저 같이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을 보고는 아이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황한 표시를 냈다. 샤워장을 보고는 샤워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첫날 밤을 맞이했다. 그리고 다들 피곤해서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아이를 잘 설득해 간단하게 씻기고 잠을 청한다. 아마도 아이가 화장실 가는 것을 참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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