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소의 일상과 무서운 것 - 베트남 격리소 일기 (6)

2020. 4. 2. 21:42 - Mr.Steve Steve J.U. Lee

베트남은 정말 다양한 격리 수용소가 있다. 부대 임시 막사, 보건소 입원실, 격리병원, 그리고 새로 지은 건물에 아주 좋은 대학 기숙사까지 운이 좋으면 14일은 집보다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도 있다. 삼시 세끼 다 챙겨주고 충분하지 않지만, 기본 생필품을 모두 챙겨준다. 그중 나는 군사학교라고 하는 곳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다 같이 운동하는 시간도 있는 격리소

격리소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

 

베트남에 오기전 격리소에 대한 소식을 계속 듣고 있었고 어느정도의 수준의 시설을 가지고 있는지 사진을 통해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격리소에 가길 기도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일괄 소등 시간도 있는 격리소

우리는 격리소, '격리'라는 단어에 대해서 굉장히 불쾌함을 느낀다. 자유가 구속되고 평소에 누리는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대부분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이곳 격리소는 거기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시설,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부분일 것이다. 음식은 사람에 따라서 베트남 음식을 잘 먹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그냥 현지 배달 도시락 같은 밥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끔 아침이 먹을 만하다.
공동 세면장과 샤워장

근데 격리소라는 것을 바꿔서 캠프라고 생각하면 확실히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 단어의 문제이지 위험요소가 제거되고 불편한 부분이 어느 정도 배려가 된다면 충분히 사람이 지낼만한 곳이다.

시멘트와 재활용 용품으로 만든 헬스장, 나름 친환경!

격리소의 일상은?

 

운동 시간, 밥먹는 시간 그리고 기상과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자유롭다. 그리고 모든 지정된 시간의 활동은 강제적이지 않고 알아서 하면 된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 생활하기 때문에 불편함도 있지만, 내가 베트남어를 못 하니 영어 하는 베트남 분들의 도움은 절실하다. 그래서 오히려 영어 잘하는 베트남 사람이 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람들이 점점 많이 어울린다. 가장 기다리는 시간 중 하나 저녁 운동 시간!

나가서도 여기 생활대로 한다면 아마도 더 건강한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첫날에는 운동장 근처에도 못 가게 하더니 둘째 날부터는 다 같이 운동도 하고 기타도 치고 남자끼리 놀다가 이제는 여자도 어울리고 조금씩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날이 지날수록 활동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여기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끼리는 여기가 제일 안전해... 라고 이야기한다.

남자 숙소 뒤쪽 마당

정말 서로 운동도 가르쳐주고 이발도 하고 카드도 치고 모여서 노래도 한다. 진짜 글로벌 캠핑이다.

 

모기 퇴치와 청소는 셀프~

다행히 여기는 2층 침대를 혼자서 사용하고 각종 개인짐을 2층에 올려두고 쓴다.

수용소마다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곳은 아주머니들이 와서 청소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내가 있는 수용소는 방마다 청소 당번이 돌아간다. 물론 외국인은 못 알아들으니...대부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데, 눈치껏 알아서 도와주고 같이 즐겁게 생활하면 점점 생활이 즐거워진다.

방콕에서 사온 모기퇴치 방향제, 얼마 사용 못하고 사라짐...

모기약을 여러 가지 준비했지만, 항상 창문과 문이 열려있는 1층 생활이고 도마뱀과 거미, 개미, 모기는 친구와 같다. 나름의 노하우는 침대의 모기장을 매트 아래로 집어넣어 몸부림을 치더라도 모기장이 열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모기장과 몸이 닫지 않도록 하면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 물론 나는 아이와 같이 자기 때문에 아이가 모기에 물리지 않게 침대 끝에서 쪽잠 자듯이 자서 나만 모기가 물어뜯은 자국이 많다. 

락스 소독 중인 군인

이곳도 정기적인 소독을 하는데, 5일 차, 10일 차 되던 때에 락스물를 분사해줬다. 첫날에 군사학교에 도착했을 때도 모든 사람과 짐을 락스물(냄세가 락스 같음)을 모두 뿌린다. 이 과정에 사람들의 옷이 손상되거나 가방이 손상되기도 했다. 가방에 남은 소독 잔여물은 보면 오히려 저것 때문에 다른 병일 생길 거 같지만...여기 규칙대로 해주는 것이 속 편하다. 

다양한 연을 날려준다. 연 날리는 프로인 줄....

무서운 것 1 - 새로운 입소자

 

3월 22일 취침 시간 직전에 분대장 같은 병사가 사람을 모아두고 이야기를 했다. 내일 새로운 입소자가 오니 구역을 나누고 같이 수용한다는 통보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유는 신규 입소자와 격리가 아니라 그냥 새로운 입소자와 장소를 공유하는 수용을 말했기 때문이다. 다들 코로나 바이러스가 2~3일 정도면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여기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입소자와 공유하는 형태를 반길 이유가 없었다.

공동 화장실...왼쪽은 소변, 오르쪽은 대변...가끔 물이 단수되면...ㅎㅎ

또 다른 대안으로 여자방과 남자방을 합하고 새로운 입소자를 비워진 구역으로 보낸다는 다른 제안을 했다. 이것 또한 반대에 부딪혔다. 저녁 시간에 운동하는 공간을 나눠서 사용해야 하고 남녀가 같은 샤워장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것을 여자들이 반대한 것이다. 사실 나도 이것 또한 반대했다. 그리고 여장방쪽에 발열과 기침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절대로 이것을 수용할 수 없었다. 발열 환자는 알고 보니 새로운 입소자를 반대한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나마 깨끗할 때 찍은 사진...^^

다른 사람들도 이것을 알고 시설을 관리하는 군인들과 기존 입소자들 사이의 마찰이 12시까지 계속되었다. 심지어는 약간의 몸싸움이 있을 정도로 서로의 의견에 대한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

같은 방 사람들에게 한국 영사관과 한인회에서 받은 음식을 나눠먹고 귀한 바나나와 사과를 얻었다.

특히나 새로운 입소자의 입국 장소가 미국과 EU라는 것에서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 제일 크다. 격리소를 경험한 분들이 새로운 분들과 거리를 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예상은 했지만 내가 있는 수용소 구역의 사람들은 매우 완강했다. 결국 새로운 입소자가 들어오는 일은 없는 것으로 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왔다.

4겹 마스크를 매일 제공한다. 그리고 수은 체온계로 매일 체온도 측정해야 하는데...그냥 기준점을 잡는 정도이다.

무서운 것 2 - 기침하면 눈치밥!

 

여기 사람들은 무사하게 14일 격리가 끝나면 집으로 가고 싶어 한다. 집보다 좋을 수 없는 당연한 이치 아닌가...그래서 여기서 기침을 좀 하거나 한다면 다들 눈치를 엄청 준다. 물로 나와 딸은 체온을 4번씩 측정하고 손 소독제뿐만 아니라 마스크 착용까지 신경 쓰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진되면 다같이 격리 기간 연장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 스럽다.

코로나19 2차 검사, 이미 1차 검사는 모두 음성...

그래서 재채기도 참거나 멀리 한적한 곳에서 눈치 보고 한다...ㅎㅎ

가끔 밤늦게 글 쓴다고 혼자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깊은 기침을 하면 정말 무섭다. 제발 무사하자...

 

무서운 것 3 - 방호복을 입은 의사와 엠블런스

 

방호복 입은 의사를 보는 경우는 아래와 같다.

- 처음 입소했을 때

- 정기 방문 확인

- 의심 증상자 확인

- 의심 증상자 후송

그중 의심 증상자가 있어서 오는 경우는 엠블런스가 같이 오는데, 그냥 이동을 위해서 타고 와도 다들 무슨 일이 있는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기 바쁘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아이에게 한국에서 가지고 온 마스크를 줬더니, 여기서 받은 마스크는 자기 친구에게 둘둘 감아 두었다. 심리적인 부분이 보인다.

내가 입소한 격리소는 총 2회에 걸쳐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다행인 것은 아무도 양성이 없었다는 것이고 이제 하루만 더 자면, 격리소를 나간다. 그동안 다들 긴장한 모습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편하다.

무사하게 집에 도착하고 다음 일정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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